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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야기/과학이야기

한반도 오는 태풍 점점 독해지고 있다_[조선일보기사2010.09.03]

100여년간 온 태풍 중 강풍 상위 5위까지
모두 2000년 이후 발생…
"바다 온도 높아졌기 때문"

 

 

중부지방을 관통한 제7호 태풍 '곤파스'는 지난달 제4호 태풍 '뎬무'가 남해안에 상륙해 5명의 사망자를 낸 지 한 달도 안 돼 발생했다. 이처럼 한반도(북한 포함)에 상륙한 태풍이 한 해에 잇달아 발생하기는 2000년 태풍 '프라피룬'과 '사오마이'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록 태풍이 잦은 일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더 이상 태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점점 독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2005년 미국을 초토화시키면서 '수퍼 태풍'으로까지 불린 '카트리나'처럼 "초강력 태풍이 우리나라에 들이닥칠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1904년부터 올해까지 107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323개 태풍에 대한 기록에서도 이런 징후는 역력하게 드러났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7년간 323개의 태풍 가운데 '강풍의 세기' 기준으로 상위 5위의 태풍이 모두 2000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60m로 1위를 기록한 태풍 매미(2003년)와 프라피룬(2000년), 루사(2002년), 곤파스(2010년) 그리고 나리(2007년) 등 순이었다. 재산 피해 측면에서도 역대 323개 태풍 가운데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 5개가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246명의 사망자를 낸 2002년 태풍 루사는 무려 5조1479억원의 재산 피해로 1위를 기록했고, 태풍 매미(4조2225억원)와 에위니아(2006년·1조8344억원)가 2~3위를, 태풍 프라피룬(2521억원)과 나리(1592억원)가 각각 8위와 10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 이후로 범위를 확장하면, 1987년의 태풍 '셀마'를 뺀 9개가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태풍으로 인한 강수량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강릉에 하루 870.5㎜의 폭우를 쏟은 것을 비롯해 지난 107년 동안의 기록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이 3개, 1990년 이후 발생한 태풍은 7개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런 추세에 비추면 이번 곤파스가 '마른 태풍'이었다는 사실이 이례적일 정도"라며 "그러나 앞으로 한반도에 초강력 태풍이 상륙해 대형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풍이 점점 강하고 독해지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을 꼽고 있다. 태풍은 해상을 지나는 동안, 바다가 뿜어낸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소용돌이의 힘을 더 강력하게 키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증기 역시 그만큼 더 많아졌기 때문에 '초강력 태풍'의 발생 위험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부경대 오재호 교수(환경대기과학과)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의 발생 횟수는 줄어들 수 있어도 그 강도는 점점 세진다는 것이 국제 과학계의 거의 일치된 결론"이라며 "지구의 체온이 과거보다 대폭 올라 사람으로 치면 이미 고혈압(지구온난화)에 걸린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든 중풍(초강력 태풍)에 걸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03/2010090300099.html?Dep0=chosunnews&Dep1=related&Dep2=related_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