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자료실/생활지도

뒤센의 미소_[출처: 8헬스플랜]

늘 그러하듯이 2012. 10. 21. 09:48

천년의 미소

  경주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들어서자마자 늘 반가이 맞는 얼굴이 있다. ‘신라의 미소’로 알려진 수막새 기와의 웃음 가득한 모습이다. 일제강점기에 영묘사(현 흥륜사) 절터에서 발견된 것을 일본 사람이 지니고 있다가 1972년 국립중앙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원본은 국립중앙 박물관에 있지만 이것이 발견된 고향이 경주이기 때문에 이 도시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수막새란 기와지붕의 처마에 빗물이 지붕 안쪽으로 들이치지 않도록 막아 주는 물 막음 기와를 말한다. 바닥에 넓적하게 깔린 것을 암막새, 그 사이의 이음새를 위에서 덮어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둥근 기와를 수막새라 한다. 이것을 통틀어 와당(瓦當)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조상들은 이 와당이 단지 빗물을 막는 역할뿐 아니라 여기에 여러 그림을 넣어서 모양을 냈던 것이다.
 기와 또는 개와(蓋瓦)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로마 시대에도 사용된 흔적들이 있다.동양에서는 중국의 하(夏)나라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하여 진(秦)나라를 거쳐 육조(六朝) 시대에 전성기를 이룬다. 기와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기는 낙랑 시대였고 이때는 아직 와당(瓦當)이 발달하지 않은 평기와를 사용했다. 이것이 삼국 시대에 이르면서 중국 육조(六朝)의 영향을 받아 수막새에 연꽃 무늬가 활발하게 사용되었다.
 수막새의 그림은 시대와 지방별로 다르지만 연꽃이 주를 이루고 여기에 새, 사자, 기린, 두꺼비, 불상(佛像), 귀면(鬼面) 등 갖가지 문양을 사용했다. 또 범어(梵語)를 비롯하여 글자를 새겨 넣은 것도 심심치 않게 있다. 삼국 시대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4, 6, 8개의 잎사귀가 달린 연꽃 무늬를 주로 사용했다. 통일신라 시대에 이르면 연화문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겹겹이 핀 연꽃 무늬를 넣어서 도안예술(圖案藝術)의 극치를 이룬다. 수막새 끝은 대개 둥글거나 타원형이어서 거기에 맞는 도안을 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어울렸을 것이다. 그중에 위에서 말한 단 한 개의 사람 얼굴 모양이 있는데 얼굴의 왼쪽 아랫부분이 깨진 이 수막새는 환하게 웃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천년의 미소’로 일컫는다.

 돌에 새긴 미소
 신라에 와당의 미소가 있다면 백제에는 서산의 마애 석불의 미소가 있다. 불교가 전래되던 당나라에서 백제의 수도인 부여로 가는 길목에 조성된 석불의 미소 또한 ‘천년의 미소’라고 부른다. 두 가지의 미소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 웃음이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신비와 깊이가 있고 진실하기 때문일 것이다.이 석불의 조성 연대가 백제 말이라고 추정하는데 한강 유역까지 영토를 넓혔던 백제가 쇠퇴해 가면서 부여 근방까지 밀려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운 지경에 그들은 어찌 이런 미소를 바위에 새겼을까? 왜 그 시절 사람들이 기와에 또는 돌에 이런 미소를 새겨 넣었을까? 정답이야 없겠지만 하도 웃을 일 없는 세상을 살다 보니 그런 궁금증이 생긴다.
 적어도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웃거나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겉으로든 속으로든 울면서야 어찌 웃는 얼굴을 새길 수 있으랴! 돌을 쪼아 조각을 만들고, 진흙을 이겨 기와에 무늬를 넣는 일이 예술이라면 그 예술적 표현이 자기 심상(心想)에 없는 것을 억지로 지어낼 수야 없지 않았겠는가? 그랬다면 그것이 거짓이요 가식이기 때문에 그런 미소는 이렇게 오래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민족은 여간 어려운 시기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이 동서(東西)의 미소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뒤센의 미소와 판 아메리카 미소
 얼굴 표정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했던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사람이 환한 표정으로 유쾌하게 웃는 웃음을 ‘뒤센의 미소(Duchenne smile)’라고 불렀다. 뒤센은 인체의 근육을 지도화하여 사람이 웃을 때 광대뼈와 눈꼬리 근처에 사람의 표정을 결정짓는 근육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낸 프랑스의 신경학자이다. 에크만이 그의 이름을 따서 뒤센의 미소라는 이름을 붙인것이다.
 에크만은 우리 얼굴에는 표정을 만들어 내는 42개의 근육이 있는데 이 근육을 사용하여 만들어 낸 표정 중에는 19가지의 서로 다른 미소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 18가지는 인위적인 것이며 진짜 미소는 한 가지밖에 없다고 한다. 즉 입술이 위로 당겨질 뿐 아니라 두 눈이 약간 안쪽으로 모아지면서 눈가에 주름이 나타나고 두 뺨의 상반부가 들려지고 눈가의 괄약근이라 불리는 안륜근이 수축되는 정도가 되어야 진짜 유쾌한 미소라는 것이다.
 이런 웃음을 웃는 사람은 삶에 대해 매우 긍정적 정서를 가진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 긍정적 정서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고난을 이겨 내고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개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지만 후천적으로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평소에 뒤센의 미소를 짓는 사람은 그만큼 인생을 환하게 보낼 수 있는 기본적 자세가 갖추어졌다는 말이다.이 부분에 대해서 하커(Harker)와 캘트너(Keltner)가 30년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 면밀한 추적 연구를 했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사이로 대를 이어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다. 이들이 1958년과 1960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있는 밀즈칼리지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졸업 사진을 전문가들이 정밀 분석하였다. 그중에서 50명이 눈꼬리가 휘어져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카메라를 향하여 억지로 웃고 있는 것이었다. 이 졸업생들을 각각 27세, 43세 그리고 52세가 되는 해에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의 다양한 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뒤센 미소의 집단은 인위적인 미소 집단에 비해 훨씬 더 건강했으며 병원에 간 횟수도 적었고 생존율도 높았다.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훨씬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이혼율도 낮았다. 평균 소득 수준 역시 뒤센 미소 집단이 높았으며 한마디로 뒤센 미소의 집단이 훨씬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이것은 젊은 날 한순간의 행복한 웃음이 그들의 앞날에 얼마나 더 행복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김주환 교수의 <회복 탄력성>, 위즈덤하우스,참조).
 또 미국의 웨인 대학의 어니스트 아벨 교수 팀이 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연구한 내용도 관심을 끈다. 1950년 이전에 데뷔한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23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진을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1. 진지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룹
 2.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보이는 그룹
 3. 입꼬리와 양 볼이 올라가고 눈까지 움직여 함박웃음을 짓는 그룹
 이들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 1그룹은 72.9세, 2그룹 75세였으나 3그룹은 무려 79.9세의 평균 수명을 누렸다. 평소의 미소짓는 모습과 정도는 평균 수명을 예상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뒤센의 미소에 대비되는 것으로 판 아메리카 미소(Pan American smile)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미국의 비행기 승무원들이 홍보를 위해서 찍은 인위적인 미소를 일컫는 말이다. 그 미소 중 대부분은 그저 입꼬리만 추켜올린 인위적인 것이어서 뒤센의 미소에 비해 근육이 훨씬 덜 움직인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