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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자료실/생각나눔방(4차)

[게임, 또다른 마약 ①] 쾌감 부채질하는 호르몬 '도파민'이 중독 주범

게임이나 알코올, 마약 중독은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서 일어난다. 일시적인 충동을 넘어 중독 수준에 이르면 전두엽에서 해마에 이르는 대뇌 중독 중추가 활성화되고, 이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계속 타오르게 하는 것이 도파민이다. 그 종류가 무엇이든 강렬한 중독성 자극이 도파민 분비를 늘리는 것이다. 중독 중추가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도파민은 휘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게임을 일시적으로 멈추면 다시 하고 싶은 '갈망'이 생기는데, 이 또한 도파민 분비가 감소해서 오는 현상이다. 도파민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야 쾌감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게임에 다시 빠져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코카인 같은 마약류 물질과 유사한 화학 구조를 가지나, 그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마약 물질은 직접 중독 중추를 활성화하기보다는 도파민 분비를 자극해 중독에 이르게 한다. 도파민은 뇌의 다양한 부위에서 분비되고 그 위치에 따라 기능이 다르다. 전두엽 앞쪽에서 도파민이 부족하면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가 나타나고, 뇌 중심 부위인 기저핵에서 결핍되면 손발을 떠는 파킨슨병이 생긴다.

 

 

[게임, 또다른 마약 ①] 게임중독 뇌, 마약중독처럼 변해… 폭력성 띠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위험

아이 뇌가 망가진다 - 조선일보·TV조선 공동기획
가상·현실세계 구분 못해 - 충동 조절하는 전두피질 손상, 참을성 떨어져 툭하면 화내… 생각하기 싫어하고 행동 산만
폭력엔 점점 무뎌져 - 일주일에 15시간 슈팅게임 뇌, 공격성 조절 전두엽 활동 줄어

최근 과학자들은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뇌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와 같으며, 인지능력과 감정조절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하고 심한 경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게임이 우리 아이들의 뇌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이 아이들에게 해로운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게임이 아이들의 창의력과 운동능력을 키운다는 긍정론도 있었지만, 아이의 뇌가 게임으로 망가진다는 반대논리도 거셌다. 논란은 2010년 미국의 대법원에서까지 벌어졌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동의 뇌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유력 과학전문지인 네이처가 발행하는 정신의학 전문저널 '트랜스레이셔널 사이키애트리(Translational Psychiatry)'에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의 뇌가 마약중독에 빠진 것처럼 변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비디오 게임이 뇌를 바꾼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처음 규명된 것이다.

벨기에 겐트대 시몬 쿤(Kuhn) 박사가 이끈 국제공동연구진은 벨기에·영국·독일·프랑스·아일랜드에서 14세 청소년 154명의 뇌를 촬영했다. 뇌 촬영 결과 조사대상의 평균치(일주일에 9시간)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한 청소년의 뇌는 왼쪽 줄무늬체가 훨씬 커져 있었다. 이 부분은 쾌락을 요구하는 뇌의 보상중추로, 마약중독에 빠지면 커진다.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정신건강센터는 '공중과학도서관(PLoS) 원'지에 게임에 빠진 인터넷 중독자들의 뇌에서 백질 손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백질은 감정처리·주의집중·의사결정·인식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섬유로, 코카인 같은 마약에 중독되면 손상된다.

국내에서도 2009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핵의학과)는 게임중독자는 코카인 중독자처럼 뇌 안와전두피질(안구 주변의 전두엽 피질)의 기능에 이상이 있음을 밝혔다. 김 교수는 "안와전두피질은 합리적 의사결정·충동성 조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역"이라며 "게임이나 마약중독자는 이곳에 이상이 생겨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당장의 이득만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게임중독이 뇌를 바꾸면 행동도 달라진다. 김영보 가천의대 교수는 "전두엽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고 자극을 자제한다"며 "게임이 주는 단기적인 쾌락자극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면 전두엽이 정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해 잘 참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ADHD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독일 본대학 연구진은 '생물 심리학'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일주일에 평균 15시간 동안 일인칭 슈팅 게임(총기를 조준해 발사하는 게임)을 하면 뇌의 가운데 전두엽 부분이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활동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운데 전두엽은 공포나 공격성을 조절하는 영역이다. 게임이 뇌를 폭력에 둔감하게 만든 것을 실제로 확인한 것이다.

국내 뇌과학자들은 "게임중독은 일방적 규제로는 근원적 해결이 어렵다"며 "정부와 게임업체가 손을 잡고 폭력 게임이 아이들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연구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게임, 또다른 마약 ①] "어릴 때 중독된 뇌, 평생 게임기만 봐도 손 움직여"

유아기 게임, 왜 더 위험한가
"뇌가 시각적 자극에만 집중… 후각·촉각 등 발달은 막아"

게임중독은 특히 유아의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것을 막는다. 김영보 가천의대 교수는 "자주 다니는 길을 먼저 포장하게 되는 것처럼 한창 발달하고 있는 유아들의 뇌도 자극이 많이 오는 곳이 더 발달하게 된다"며 "게임중독에 빠지면 뇌가 시각적 자극에만 집중해 후각·촉각 등 다른 감각 처리 능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2010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연구진은 하루에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어린이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2배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게임의 빠른 화면 전환이 어린이가 게임에만 집중하게 하는 원인이라며, 이런 어린이가 학교에 가면 선생님의 수업이 지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게임에 빠지면 뇌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자극에 적응하게 된다"며 "담배가 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처럼 게임도 ADHD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뇌가 게임중독에 빠져 일단 손상되기만 하면 중독 전 상태로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은 "마약 중독자가 치료를 통해 행동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해도 다시 마약을 접하게 되면 일반인보다 마약을 더 강렬하게 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일본의 뇌신경과학자인 모리 아키오(森昭雄) 니혼(日本)대 교수는 '게임뇌의 공포'(2002)라는 저서에서 "뇌의 신경회로는 보통 10세 이전에 형성되는데 유아기에 게임에 빠져들면 게임을 그만둘 수가 없게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유아기에 형성된 뇌 신경회로 때문에 게임을 그만둘 수가 없고 게임기를 보면 저절로 손이 움직이게 된다"며 "게임을 하더라도 중학교 이후, 가능하면 대학생이 된 후에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람부터 게임 중독]
처음엔 'IT 신동'으로 착각 - 한글 익히고 퀴즈 풀어 '대견'
점차 폭력·선정적 게임 옮겨가… 언어구사 능력은 되레 뒤처져
또래 친구들과도 안 놀아 - 그림책 주니 손가락으로 터치
반응 없자 신경질 내며 던져… 인형·장난감에도 눈길 안 줘

서울에 사는 주부 이자영(가명·35)씨는 아이패드에 푹 빠진 딸 혜인(3)이에게 그림책을 쥐여줬다가 깜짝 놀랐다. 혜인이가 그림책을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드래그하는 등 아이패드 다루듯 한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패드처럼 화면전환 같은 반응이 전혀 없자 신경질을 내며 책을 던져버리고는 떼를 쓰며 울었다.

이씨가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준 것은 교육 목적이었다. 한글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의 퀴즈게임 등을 이용해 한글을 쉽게 익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혜인이는 하루에도 몇시간씩 한글 공부에 집중하고 IT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등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외출할 때나 손님이 왔을 때에도 아이패드로 조용히 '공부'를 하는 아이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몇달 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래 친구들이 집에 와도, 아이들이 인형·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놀아도 혜인이는 아이패드만 만졌다. 처음 반짝했던 한글 공부도 진전이 없어 또래에 비해 언어구사 능력은 되려 뒤처져버렸다. 요즘 이씨는 혜인이에게서 아이패드를 떼어놓기 위해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씨는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이 아이를 망친 것 아닌가 싶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콘솔게임기 등이 확산되면서 우리 아이들이 게임에 점령 당하고 있다. 말을 배우고, 또래와의 공동생활을 배워야 할 유아들이 '요람'에서부터 게임 중독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 기기를 만질 때부터 시간제한 등 관리를 제대로 하면 중독을 막을 수는 있지만, 부모들이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모르고 방치하는 사이 아이들은 글을 읽기도 전에 게임 화면이 주는 현란함에 현혹되면서 중독의 길로 접어든다.

김대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게임을 하면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량이 증가하고, 뇌가 여기에 적응되면서 게임할 때 외에는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된다"며 "어른이 돼서도 본능처럼 게임을 찾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시작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게임 시작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유아 게임의 내용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인터넷꿈희망터 이형초 센터장은 "예쁘고 착한 게임이 가장 위험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실제로 어린 중독자들의 경우 '어린이용' 게임에서 시작해 점차 폭력성과 선정성이 강한 게임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잘 인식되지는 않지만 유·소아기의 게임 중독이 청소년이 된 후 심하게 발현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조모(14)군의 어머니 이모씨는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이라며 매일 가슴을 친다. 4세 때부터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뤘던 조군은 맞벌이인 부모가 방치하는 사이 어릴 때부터 메이플스토리, 스타크래프트 같은 중독성 강한 게임에 몰입했다. 조군의 아버지가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면 PC방으로 도망쳤다. 조군의 게임 중독 때문에 이혼위기에까지 몰렸던 이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조군의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씨는 "혼자 게임을 하게 하는 건 아이에게 칼을 맡기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